친절한 금자씨

  • Jun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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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05년 월간웹에 기고했던 글을 편집하였습니다>

“그녀는 친절하다. 그녀는 잔혹하다. 그녀는 누구일까?”

친절한 금자씨는 매우 독특한 영화였고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금자라는 인물의 스타일,성격,표현방식이 이 영화의 이미지를 형성하였고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이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누굴까 라는 호기심이 생길 수 있도록 그녀의 독특한 모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복고적이면서도 약간은 키치적인 모습을 온라인에서도 상징화하도록 했습니다.

 

1. 잔혹동화 – 금자씨 이야기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웹사이트 오픈 전까지 전체적인 마케팅 방향은 secret marketing이었습니다. 언론의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통제하였습니다. 보통 영화홍보는 사전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미니홈피,블로그,카페 등을 이용하거나 티저사이트를 미리 오픈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는 그와 반대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숨기다가 웹사이트를 오픈 하면서 한 번에 이슈를 불러모았습니다.

사이트의 기획부분은 경쟁PT를 통해 결정되었기 때문에 사실 웹사이트 오픈 8개월 전에 기획되었는데 그때 우리는 웹사이트의  Keyword는 ‘호기심’, story concept 은 ‘잔혹동화-금자씨 이야기’ 라고 기획하였습니다. 이야기는 노출하되 “왜?”라는 부분은 숨겨서 웹사이트를 본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큰 목적이었고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잔혹동화’라는 컨셉을 잡았습니다. ‘동화’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잔인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보여준다는 데서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화는 독특하게 성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극을 진행하였고 잔인하지만 잔인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점들이 동화의 모습과 닮아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비슷한 시기의 공포 영화의 카피와 겹쳐서 잔혹동화라는 말을 빼고 ‘금자씨이야기’로 진행하였지만 금자씨 이야기의 각 장의 제목들도 동화가 주는 아이러니한 느낌과 맞물리도록 ‘착한 살인자’,’가장 달콤한 케이크(살인자가 만드는)’,’이상적인 복수’ 등 이중적인 느낌을 주는 제목으로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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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고적 장식주의

영화사이트는 개봉 일에 따라 스케줄이 조정되고 개봉 일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제작하는 데 있어서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영화 관련 스틸과 동영상, 이미지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리 작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서 오픈 전에 바쁘게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절한금자씨>의 경우 개봉 일이 밀려서 시간이 넉넉했으므로 작업소스가 오기 전에 미리 동화책의 표지 작업들을 만들면서 visual 시안들을 잡았습니다. 우리가 기획한 Visual concept은 Retro-복고적 장식주의였고 이 컨셉은 티저 포스터의 분위기와 일치하여 그에 맞춰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영화사 쪽에서 티저 포스터가 크게 이슈가 된 것이 부담스럽다고 웹사이트에서 티저포스터의 분위기를 모두 없애달라고 하였고 우리는 중간까지 하던 작업을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언제나처럼 시간은 촉박하게 되었지만 종교적이고 고딕적 장식주의는 버리고 트렌디한 모션과 결합하여 키치적이면서도 세련되게 보이는 선을 조정하여 작업하였습니다. 그리고 동화책의 화자라는 점에서 기획단계에 중요했던 성우의 목소리는 여러 가지 난관 끝에 라이센스 문제로 홈페이지에 넣을 수 없었고 케이크 만들기의 케이크는 협찬사항에 문제가 생겨서 직접 케이크를 사다가 사진을 촬영하여 작업하는 등 제작여건은 조금 아쉬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초기 표지 시안 – 키치적 장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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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시안의 방향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종교적인 부분과 중세풍 장식주의 부분 칼을 드는 등의 잔인한 부분을 완전하게 배제해주길 바랬고 결과적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최종표지 시안 – 복고 장식주의+모던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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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랙티브 컨텐츠

영화 내용과 연결되면서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인터랙티브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몽타주 그리기><그림책 만들기>라는 독특한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에서 감옥에 수감되어있던 금자씨에게 몽타주는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사진을 올려서 몽타주로 바꿔준다는 기획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몽타주 그리기>는 여러 가지 옵션을 통해 수천 가지의 얼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고 복수하고 싶은 상대를 그리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의 높은 복수심(?)으로 인해 호응도가 뛰어났습니다.  <그림책만들기>는 금자씨의 스틸로 한권의 동화책을 만든다는 점이 처음 잔혹동화라는 컨셉에 맞았습니다.  금자씨 이야기를 다 보고 난 사람들이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서 친구에게 보내는 이벤트였는데 이벤트 응모 방법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참여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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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_04<인트로에 사용된 걸어가는 연속컷>

 

4. 결과

많은 프로모션사이트를 진행해봤지만 <친절한금자씨>만큼의 뜨거운 반응은 없었습니다. 개봉 전 30여일 동안 총 250여 만 명이 사이트를 방문했고 서버는 수 차례 다운되는 바람에 몇 번의 서버 증설작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secret marketing이 효과적이어서 웹사이트가 오픈한 당일에는 아무런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3만 명이 사이트에 다녀갔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오픈 소식이 퍼져나갔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인지도 덕분에 외국에서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각 종 포탈에서는 여러 차례 웹사이트가 기사화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visual image들은 여러 매체로  variation되었고 제작과정 중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클라이언트도 매우 만족스러워하여 내부적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결과적으로는 온.오프라인의 모든 마케팅이 시너지를 일으켜 18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첫 주에 146만 명의 관객이 드는 기록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