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

  • Nov 6, 2006
topimage

<월간웹에 기고한 글을 편집하였습니다>

 

1. 영화사이트의 목적은 무엇일까

“내 존재의 목적은 무엇일까?”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주인공인 영군은 자신의 존재의 목적을 고민하며 이러한 대사를 계속 내뱉습니다. 물론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그녀는 무생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건전지가 닳는 것을 조심하며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평범하지 않은 소녀입니다. 그러한 그녀의 눈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세상과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그런 그녀가 경험하는 사랑도 일반인의 사랑과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두운 정신병원을 묘사하고 있는 영화는 아니고 오히려 파스텔톤 동화풍의 아름다운 화면들이 펼쳐집니다.

“영화사이트의 존재의 목적은 무엇일까?” 포털로의 집중화와 함께 화려한 영화 사이트들이 유행하던 시기가 지나고 한국영화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영화사이트들의 위치는 조금 모호해졌습니다. 누구나 영화평점을 매길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마트 쇼핑을 하듯 평점을 보고 영화를 고릅니다. 영화사이트를 잘 만들면 첫 주 흥행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입소문에 따라 영화의 흥행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영화사이트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솔루션이 중심이 되는 사이트는 그 목적성이 확실하지만 영화사이트들은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성이나 결과가 확실하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 감성디자인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적인 영역을 간과했을 때는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까요? 영화의 성격에 따라 마케팅의 방식에 따라 모든 영화마다 그 공간의 성격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작단계에서 사이트의 기본 목적에 대해 많이 고심하는 편입니다.

기존의 영화사이트는 주로 영상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거나 영화 속 이미지를 디자인적으로 배열하여 인터랙션을 경험하게 하는 사이트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독특한 영화였기 때문에 웹사이트에서도 일반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를 보여주기 이전 이 영화에 대한 느낌과 이미지,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적으로 해결하여 보여줄 방법이 필요했고 여러 논의 끝에 생각한 결과 그들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팝업북의 표현방식을 웹사이트로 표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2. 팝업북

n01<팝업북계의 거장 Robert Sabuda 팝업북 시리즈및 10여권의 팝업북 참조>

팝업북은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어떤 것이 나올 지 몰라 독자를 놀라게 하고 기대하게 합니다. 그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두근 거림은 곧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클라이언트도 그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대 찬성해주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들의 사랑의 표현방식은 환상적이면서 동화 같은 느낌을 주기에 한편의 책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팝업북을 디지털로 옮기는 아이디어는 요즘에는 굉장히 많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가 알기에는) 시도된 적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도하는 것에 대한 몇가지 모험이 필요했지만 덕분에 팝업북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되었고 재미있는 경헙이었습니다.

책의 구성처럼 전체 4장으로 나누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그들 사이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두개 정도 뽑아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장소별로 챕터를 나눌까 하다가 에피소드별로 챕터를 나누는 것으로 바꿨고 실제 팝업북에서는 불가능한 소리,영상,모션들을 적용해 풍부한 느낌의 팝업북이 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한장 넘길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펼쳐지는 그들의 엉뚱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이 사랑스러운 커플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3. 3d 제작과정

n02

이렇게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지는 영화사이트에서는 UI나 편의성이 중요한 기존 기업사이트처럼 세 개정도의 시안을 놓고 결정하기 보다 기획단계에서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풀어갈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따라서 각 4장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보여줘야하는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하는 것은 어디인가. 에 대한 논의가 기획과 회의를 통해 클라이언트와 조율되었고 실 작업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바톤이 넘겨진 상태였습니다. 책을 컨셉으로 하기로 정했기 때문에 ui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고 어떻게 3d를 구성하냐가 중심 주제였습니다.

각각의 기획된 내용을 먼저 러프 스케치를 통해 어떠한 액션을 어떠한 구도와 이미지로 풀어갈 지 정리합니다. 그 후 3d로 바로 넘기면 2d와 3d간에 간극이 커지므로 2d 이미지 꼴라주를 통해 간단히 3d의 밑그림을 만듭니다. 3d를 위해 2d에서는 벽이나 매핑을 평면적으로 작업하여 정리합니다. 그리고 3d로 옮기면서 실제 플래시로 옮길경우 인터랙션이 어떻게 작용할까에 따라 맵핑을 하고 조명을 맞추어 설계합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애프터이펙트 툴을 이용하여 각각의 이미지 색상톤을 정리하고 따로따로 작업한 3d 책을 한권으로 묶어주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n03

<3d 모델링 – 종이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조명과 질감 중요시>

 

n04

<각 챕터 디자인>

 

4. 디자인 컨셉

팝업북이라는 커다란 컨셉 하에 디자인 컨셉도 정해졌습니다. 팝업북 특유의 재미있고 사랑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톤앤매너도 파스텔톤의 귀여운 종이의 분위기를 재현하려 하였습니다. 마치 한권의 책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컨셉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시놉만 보면 관객들이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라는 선입관이 생기기 쉬웠습니다. 따라서 사이트에서는 실제 영화의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 엉뚱하지만 꿈 같은 비주얼 등을 살려서 잘 표현해야만 했기 때문에 실제 영화소품등에 사용한 색상을 뽑아 파스텔톤으로 정리하고 그 안에 색상을 배리에이션 하면서 톤앤매너를 맞추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2d로 디자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d로 옮기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점이었는데 최대한 의도한 색감과 이미지가 나오게 하기 위해 3d질감에 신경을 썼고 책이 펼쳐지는 모션은 진짜 종이가 펼쳐지는 느낌을 주기 위해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하였습니다.

n05

 

 

5. 인터랙티브 컨텐츠

싸이보그북 섹션 맨 뒤 쪽에는  영화속에서 가수 ‘비’가 쓰고 나오는 가면을 종이로 제작할 수 있는 도면을 만들어 넣었습니다.실제 영화 제작 소품으로 쓰였던 가면을 제작사로부터 전달 받아서 분해한 후 A4용지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전개도를 제작했고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반응이 좋아서 영화마케팅사에서 이 아이디어를 참고해서 오프라인에서 가면도면을 나눠주었습니다. 더욱 놀랐던 것은 가수’비’가 홍콩을 방문했는데 홍콩팬들이 공항에 모두 이 가면을 쓰고 나타났던 점인데 그들이 한국사이트까지 방문해서 다운받아 만든 열의를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n0

 

 

6. 결과

작업의 만족도나 결과 등이 최고였던 작업이었습니다. 디자이너 스스로도 만족도가 컸을 뿐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외부 반응이 무척 좋았고 사이트 안에서의 반응도 좋아 게시판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계속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사이트 제작은 언제나 짧은 일정 동안 진행돼서 아쉬움이 많이 남기 마련인데 이 사이트의 경우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수상을 했는데 웹어워드에서 영화부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사이트로는 드물게 FWA사이트에서 web of month를 차지하여 담당자 ROB의 극찬과 함께 Taschen책에 소개되었습니다. 특별히 ROB은 이 사이트를 좋아해서 여러 매체에 이 사이트를 소개하였고 디렉터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그 외에도  칸광고제 파이널리스트, 웨비어워드 nominee가 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은 작업이었습니다. 사실 팝업북이라는 아이템은 언젠가 꼭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템으로 남겨놨었는데 마침 이 영화가 너무나 어울리는 영화였기에 이렇게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이트가 공개된 후 많은 문의를 받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실제로 제작된건지 그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특히 북아트를 공부하는 사람도 메일을 보내와 이 책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문의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우리도 실제로 이 책을 제작해보고 싶었지만 모든 팝업북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하나의 팝업북을 만드는데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작업이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